빌 게이츠와 샘 올트먼의 위험한 베팅: SMR은 AI의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?

지난 포스팅까지 우리는 당장의 AI 전력난을 해결할 현실적인 대안들(즉시 전력 확보 기업, 변압기 등 전력기기)을 살펴봤습니다. 하지만 AI의 발전 속도를 볼 때,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입니다.
결국 시장의 시선은 가장 강력하고 안정적인 에너지원, '원자력'으로 향하고 있습니다. 그중에서도 데이터센터 옆에 바로 지을 수 있다는 SMR(소형모듈원전)이 뜨거운 감자입니다. 빌 게이츠, 제프 베조스, 샘 올트먼 등 IT 거물들이 앞다퉈 수조 원을 쏟아붓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.
오늘은 이 SMR이 과연 당장의 전력난을 해결할 '현실적 대안'인지, 아니면 아직은 먼 '희망 고문'인지 팩트 기반으로 냉정하게 따져보겠습니다.
1. SMR이 뜨는 이유: AI 맞춤형 발전소
기존 대형 원전과 달리 SMR(Small Modular Reactor)은 용량이 300MW 이하로 작고, 주요 기기를 모듈 형태로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합니다. 이 특징이 AI 데이터센터와 궁합이 맞습니다.
- 입지 유연성 (On-site 발전): 거대한 냉각탑이나 넓은 부지가 필요 없어, 이론적으로는 데이터센터 단지 내에 직접 건설하여 송전망 부담 없이 전기를 직공급할 수 있습니다.
- 안정성 (24/7 Power):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날씨에 의존하지 않고 24시간 내내 일정한 출력을 냅니다. 1분 1초도 멈추면 안 되는 AI 서버에 필수적입니다.
- 무탄소 (Carbon-Free): 빅테크들의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면서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입니다.
2. 냉정한 현실 인식: "아직 멀었다"
하지만 장밋빛 기대와 달리,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고 견고합니다.
① 시간의 문제 (Too Late): 현재 가장 앞서 있다는 뉴스케일파워조차 첫 상용화 목표가 2030년입니다. 다른 경쟁사들은 그 이후가 될 공산이 큽니다. 당장 2~3년 안에 전기가 필요한 엔비디아와 데이터센터 기업들에게 SMR은 '그림의 떡'입니다.
② 규제의 벽 (NRC):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(NRC)의 인허가 과정은 악명 높을 정도로 까다롭고 보수적입니다. 설계 인증을 받는 데만 수년이 걸리고 수천억 원이 듭니다. 안전이 최우선인 분야라 규제 완화 속도가 기술 개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.
③ 비용의 불확실성 (Cost Overrun):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. 뉴스케일파워의 첫 프로젝트였던 UAMPS 사업이 좌초된 결정적 이유도 예상 발전 단가가 MWh당 $58에서 $89로 50% 이상 폭등했기 때문입니다. 아직 표준화된 양산 체계가 갖춰지지 않아, 경제성을 확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.
3. 그럼에도 주목해야 할 플레이어들
당장의 대안은 아니지만, '반드시 가야 할 미래'임은 분명합니다. 이 험난한 길을 개척하고 있는 주요 기업들은 다음과 같습니다.
- 뉴스케일파워 (NuScale Power, SMR): 미국 NRC 설계 인증을 받은 최초이자 유일한 기업입니다. 첫 프로젝트 좌초로 주가가 급락했지만, 가장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습니다. 데이터센터 전용 모델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.
- 테라파워 (TerraPower, 비상장): 빌 게이츠가 설립하고 SK그룹이 투자했습니다. 물 대신 액체 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4세대 원전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. 와이오밍주에 실증로 건설을 추진 중이며, 비교적 진척 속도가 빠릅니다.
- 오클로 (Oklo, OKLO): 샘 올트먼이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기업입니다. 초소형(15~50MW) 원자로를 데이터센터 옆에 붙여서 열과 전기를 동시에 공급하는 모델을 추구합니다. 가장 공격적이지만 인허가 리스크도 가장 큽니다.
- 두산에너빌리티 (034020): SMR 파운드리(제작 전문)의 핵심입니다. 뉴스케일파워의 핵심 기자재 납품권을 따냈고, 테라파워와도 협력 중입니다. 어떤 SMR 기업이 성공하든 제작은 두산이 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.
4. 결론: 테마가 아닌 '산업'으로 봐야 한다
SMR은 현재 기대감으로 움직이는 '테마주' 성격이 강합니다. 뉴스 하나에 주가가 급등락할 수 있습니다.
투자자라면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기보다, ① NRC 인허가 단계가 어디까지 왔는지, ② 실제 착공에 들어가는 프로젝트가 나오는지, ③ 빅테크와의 구체적인 공급 계약이 체결되는지를 확인하며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합니다.
AI 시대의 에너지는 결국 '믹스(Mix)'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. 단기적으로는 천연가스 발전과 기존 전력망 효율화가 답이고, 장기적으로 기저부하를 담당할 최종 병기는 SMR이 될 것입니다. SMR은 '지금 당장 살 주식'이라기보다는, '계속 지켜봐야 할 거대한 산업의 태동'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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